지독한 짝사랑을 그만 둔다면 이별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를 알게 된 건, 2년 전 이맘때였다.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 아침부터 소란스러웠고 회사에서 무난히 업무를 해내던 그 시점, 그가 우리 팀으로 발령을 받았다. 처음부터 그는 내게 특별한 존재는 아니었다. 같은 업무를 하고 함께 밥을 먹으며 공유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어느 순간부터 더 이상 동료가 아니었다.
수많은 고백의 기회가 있었지만 말하지 못한 건, 그에게 여자친구가 있었다. 나의 가슴앓이가 커질 수록 우리가 운명인 것처럼 그는 그의 여자친구와 멀어져 갔고, 난 그가 여자친구와 헤어진다면 당연히 우리는 연인이 될 거라고 믿었다.
회식 자리에서 나의 맘을 떠보는 주변사람들의 부축임에 부끄러워하면서도 둘이 잘 어울린다는 말에 설렜다.
회사 일을 늦게 마치고 간단한 요기 거리를 찾다가 들어간 술집에서 술에 잔뜩 취한 그는 나에게 물었다.
김대리: 나랑 사귈 수 있어?
나의 심장은 뛰었다. 당연히 그의 말이 입에서 떨어지기 전에 그렇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끝났으면 해피엔딩인데, 어디서 꼬였는지 모르겠다.
나와 동갑, 우연히 친해진 다른 팀 소속인 여자인 친구가 그와 친하게 지낸다. 나와 친해지고 싶다는 친구와 함께, 셋이서 회사 일을 끝내고 어울리기 시작했다. 같이 밥을 먹고 술 마시며 셋이서 친해 졌다고 생각했는데, 셋이 아니었다. 나를 제외한 둘이었다.
그가 다음날 문자가 왔다.
김대리: 내가 어제 술에 취해서 말이 잘못 나왔네. 미안.
그때까지도 잘못된 흐름을 눈치 채지 못했다. 술에 취해 횡설수설 말한 탓에 그가 나와의 동료 관계를 고려하여 급히 수습하는 거라고 여겼다. 다시 정식으로 말해 줄 거라는 기대감, 그리고 그때는 더 환하게 웃어줄 자신이 있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그와 친구의 열애설이 회사 안팎을 휩쓸고 나서야, 그 고백이 내 것이 아님을 알았다.
2년 동안 그의 주위를 맴돌면서 그와 함께 했던 순간들을 되새기며 행복했는데, 그것이 내 것이 아니었음을 아는 순간 터져 나오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울었다. 며칠 밤을 남모르게 가슴을 쓸어 내렸다.
그와 친구를 축하해주는 사람들을 상대로 멀쩡한 척 연기해야 했고, 나의 진심을 모르는 그와 일하는 내내 불편했다. 마치 인연이 아닌 것처럼, 절대로 만나서 안 되는 악연처럼 그와의 업무가 힘들어졌다.
모든 걸 내려놓고 싶다. 간절히 애달픈 마음을 지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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