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C에서 B코드 까지

[C에서 B코드 까지] 16화 Sweety

◈나리나리◈ 2015. 6. 15. 19:43

저녁에 가벼워진 옷차림과 다르게 날씨는 쌀쌀하다. 버스정류장에 내려서 주위를 살피지만 약속한 그는 보이지 않는다. 내 등 뒤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내가 뒤를 돌기 전에 익숙한 남자의 옷 한 벌이 내 어깨에 걸친다.

상현: 날씨가 쌀쌀한데, 춥게 입고 다녀?

그는 내게 핀잔을 주고는 앞서 간다. 나는 그와 멀어지지 않게 그의 뒤를 따른다.

 

그의 안내에 따라 들어간 낙후된 상가 지하, 그는 철문의 열쇠를 돌리고 있다.

덜커덩 거리며 열리는 문 안에는 엊그저께 산 기타 옆, 일렬로 세워진 그의 기타들과 음향기기, 그가 아침에 누었을 것으로 예상되는 간이침대가 눈에 띈다. 10평도 안 되는 작은 공간에서 그의 초라한 살림살이와 부산한 일과가 그려진다. 내 눈치를 살피는 그가 벽에 기대어 서서 입을 뗀다.

 

상현: 작업실이 좀 누추하지?

  : 아니야. 있을 건 다 있네. 내 기타도 잘 있고

상현: 작업실 기대하고 온 거 아니야?

  : 괜찮아. 나중에 돈 많이 벌면 큰 작업실 얻으면 되지, 작업실 크기가 중요한가? 어떤 음악이 나오는가가 중요하지. 안 그래?

상현 : 고마워.

   : 친구끼리 인사치레하고 그래~ 내 기타 잘 있었는지 볼까?

 

나는 내 기타를 들고 의자에 앉는다. 무릎에 기타를 올리고 어설프게 한번 내리친다.

 

   : 이제 어떻게 하면 돼?

상현 : 코드가 있는데, C에서 B코드까지 있어. 노래 한 곡 부르다 보면 자연스럽게 배우는데 처음에는 많이 어려울 거야. 내가 먼저 C코드를 잡아 볼 테니깐 따라 잡아봐.

 

상현은 본인의 기타를 무릎에 올리고 왼손으로 기타 줄을 잡는다. 나는 상현이 손 모양을 따라서 기타 줄을 잡는다.

 

   : 이렇게 맞아?

 

상현이 내 손을 곰곰이 보더니 내 손가락 위치를 변경해준다. 미묘하게 스치는 그의 손길이 내 손등을 간지럽히다. 상현은 기타로 하나씩 코드를 잡으며 보여 준다.

 

상현: 이게 C코드고, D코드, E코드, F코드, G코드, A코드, B코드 기본 코드야~ 그 다음은 마이너 코드라고 해서 알파벳 옆에 소문자 m을 붙여서 나타내는 코드가 있는데, 약간 우울한 느낌이 들어. 아까 기본코드에서 반음씩 내리는 코드야.

 

상현이 내 손을 잡고 하나씩 짚어 준다. 그의 상체가 기울어져 내 눈앞으로 서서히 다가오자 내 눈동자는 커진다. 그의 눈썹은 짙고, 속눈썹은 가늘다. 높은 코끝에 여물어진 이음새, 붉은 입술, 얼굴 선이 곱다.

 

상현 : 이제 조금 감이 와?

 

감정을 들킨 듯, 나는 화들짝 놀란 심장을 안도 시키며 서둘러 말을 내뱉는다.

 

   : 어려워.

상현 : 처음은 다 어렵지. 오늘은 이것만 반복해보고 끝내자.

 

그가 자연스럽게 내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며 코드를 잡아준다.

 

몇 분 뒤, 나는 기타를 내려놓는다.

 

   : 손가락이 마비 오는 거 같아.

 

상현이 내 손을 주무른다. 커다란 손가락이 내 손을 덮치는 느낌이 이상하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해서 황급히 손을 등 뒤로 숨기며 말을 내뱉는다.

 

   : 노래 불러줘.

상현 : 갑자기 노래?

   : 오늘 못 들었잖아. 불러줘.

 

상현이 기타를 다시 무릎에 올려놓는다.

 

[눈을 뜨면 오늘은 왠지 기분이 좋아

벽에 걸린 너의 웃음처럼

지난밤에 꿈속엔 네가 있었던 것 같아

노래를 불러보네

거리는 오늘따라 너무 눈부시기만 해

내 목소리로 내게 말을 걸어와

오늘 같은 날이면 우연히 만날 것 같아

기대하며 걸어가

I am in love with you

누늘 뜨면 오늘은 왠지 기분이 좋아

지난밤에 늦은 전화처럼

잠에 취한 목소린 귓가에 남아있어

나를 기다리게 해 yeah

머린 오늘따라 맘에 안 들기만 해

뭘 좋아할까 괜히 고민도 하고

오늘 같은 날이면 시간이 더디기만 해

전화를 해볼까

I am in love with you

어디쯤 오는 걸까 I an in love

You don't know how I feel when you smile at me like that

Can't you see that you are the one to bring me back to life ahh

아침부터 오늘은 왠지 느낌이 좋아

곁에 있는 너의 웃음처럼

따뜻한 네 목소린 내게 말을 걸어와

설레이는 시간들 yeah

거리는 오늘따라 너무 눈부시기 만해

누구나 다들 우릴 보는 것 같아

오늘 같은 날이면 시간이 빠르기만 해

너와 둘이 걸어가

I am in love with you I am in love

클래지콰이 Sweet]

 

노래가 끝나고 내가 박수를 치자 그가 어색한 듯 웃는다.

 

상현 : 네가 박수 치니깐 부끄럽네.

   : 언제 들어도 너 노래 잘해~

 

단둘이 있어도 어색하지 않게, 그렇게 서로에게 물들어 가고 있다.